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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선 칼럼니스트·Http://www.catwoman.pe.kr
제목 보고 뜨끔한가? 뭘 새삼스럽게. 무능한 상사 때문에 내가 일 다 한다는 생각, 누군들 안 해봤으랴. 숫자 질색하는 상사를 대신해서 팀 예산을 관리하고, 쩔쩔매는 상사를 대신해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회의를 성공리에 마친 것도 당신이었다. 게다가 외국인 파트너는 어느 시점부터 상사가 아닌 나를 쳐다보며 진행했던 것이다. 파워포인트로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면 오타 수정만 해서 그대로 상부에 보고하거나, 누가 봐도 명백한 문제를 가지고 며칠을 끙끙거리는 것을 보노라면 솔직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차라리 내가 상사 하는 게 낫겠다. 내가 어쩌자고 저런 인간 밑에서 일하고 있을까.
이러면 흔히들 “상사 무시하는 거 티 내다가 탈날라. 어쨌든 직급이 깡패 아니더냐”며 조언한다.
물론 무시하는 게 티 나면 분위기 좋을 리 없다. 똑똑한 당신이라면 어딜 감히 못난 상사가 당신을 괴롭히도록 빌미를 제공하는 우를 범하겠는가. 도리어 자신의 ‘잘남’이 상사에게 위협이 아닌 편리함임을 증명할 터이다. 상사의 괴롭힘은 사실 별 큰 문제가 아니다.
잘나고 똑똑하다는 것은 실은 보기보다 어렵고 복잡한 개념이다. 게으르지만 태생적인 천재형부터 노력 99%의 워커홀릭형 유능함도 있고, 알맹이만 본인이 챙기고 나머진 다 아랫것들에게 맡기는 방임형 똑똑함도 있다. 한마디로 사람은 회사 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똑똑할 수가 있다. 그런데 상사의 무능력의 단편들에만 열중하면 그 오묘한 똑똑함의 세계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오로지 ‘내가 얼마나 아까운 인재이고 그가 얼마나 배울 것 없는 상사인지’에 대한 생각에 뭔가에 홀린 듯 사로잡힌다. 한 번 왜곡하기 시작한 생각은 좀처럼 돌아오질 않으니 이젠 더 이상 상사의 강약점도 냉정히 평가가 안 된다. 그 와중에 자신이 상사보다 낫다고 확신하는 이유? 정답: 상사가 ‘약한’ 특정 업무에 우연히 내가 ‘강하면’ 자신이 그렇게 잘나 보일 수 없다.
자, 이제부터다. 내 속의 자만심이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면 상사에 대한 미움도 동시에 열을 슬슬 받는다. 한 번 상사가 눈에 찍히면(!) 그 다음부터는 그가 사사건건 실수할 때마다 점점 혹독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상사에게 전지만능을 무의식 중에 기대했던 우리로서는 상사가 기대를 저버린 것도 미워죽겠는데, 추가로 행여나 ‘약한 모습’이라도 보인다면 또 그게 그렇게 추해 보인다. 이윽고 우리의 몸은 그들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며 가벼운 신경성 위장염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동반하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 일터에 나가기가 고역스럽고 점심을 일찍 때우고 취업 사이트를 뒤적이기 시작한다.
상사가 가진 진정한 강점은 과소평가하고, 그의 실수에는 과민반응하고, 그의 권위에 저항하는 것은 괴로운 직장생활의 보증수표다. 물론 상사가 정말 못나서 잘난 당신의 능력 발휘를 떡하니 가로막고 있다면 그 밑에서는 일할 가치가 없다. 하지만 즐겁고 평화로운 직장생활을 가로막고 서 있는 것은 종종 이렇게 우리 자신이다. ‘헛똑똑이’라는 말은 그래서 생겼다.
이튀쒸 1기 어리버리 윤홍석에겐 상당히 거북한 기사네?
이런 류의 글....해결책은 되지 않겠지만...
속시원히 긁어주는 글.
참 좋다.
제목 보고 뜨끔한가? 뭘 새삼스럽게. 무능한 상사 때문에 내가 일 다 한다는 생각, 누군들 안 해봤으랴. 숫자 질색하는 상사를 대신해서 팀 예산을 관리하고, 쩔쩔매는 상사를 대신해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회의를 성공리에 마친 것도 당신이었다. 게다가 외국인 파트너는 어느 시점부터 상사가 아닌 나를 쳐다보며 진행했던 것이다. 파워포인트로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면 오타 수정만 해서 그대로 상부에 보고하거나, 누가 봐도 명백한 문제를 가지고 며칠을 끙끙거리는 것을 보노라면 솔직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차라리 내가 상사 하는 게 낫겠다. 내가 어쩌자고 저런 인간 밑에서 일하고 있을까.
이러면 흔히들 “상사 무시하는 거 티 내다가 탈날라. 어쨌든 직급이 깡패 아니더냐”며 조언한다.
잘나고 똑똑하다는 것은 실은 보기보다 어렵고 복잡한 개념이다. 게으르지만 태생적인 천재형부터 노력 99%의 워커홀릭형 유능함도 있고, 알맹이만 본인이 챙기고 나머진 다 아랫것들에게 맡기는 방임형 똑똑함도 있다. 한마디로 사람은 회사 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똑똑할 수가 있다. 그런데 상사의 무능력의 단편들에만 열중하면 그 오묘한 똑똑함의 세계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오로지 ‘내가 얼마나 아까운 인재이고 그가 얼마나 배울 것 없는 상사인지’에 대한 생각에 뭔가에 홀린 듯 사로잡힌다. 한 번 왜곡하기 시작한 생각은 좀처럼 돌아오질 않으니 이젠 더 이상 상사의 강약점도 냉정히 평가가 안 된다. 그 와중에 자신이 상사보다 낫다고 확신하는 이유? 정답: 상사가 ‘약한’ 특정 업무에 우연히 내가 ‘강하면’ 자신이 그렇게 잘나 보일 수 없다.
자, 이제부터다. 내 속의 자만심이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면 상사에 대한 미움도 동시에 열을 슬슬 받는다. 한 번 상사가 눈에 찍히면(!) 그 다음부터는 그가 사사건건 실수할 때마다 점점 혹독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상사에게 전지만능을 무의식 중에 기대했던 우리로서는 상사가 기대를 저버린 것도 미워죽겠는데, 추가로 행여나 ‘약한 모습’이라도 보인다면 또 그게 그렇게 추해 보인다. 이윽고 우리의 몸은 그들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며 가벼운 신경성 위장염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동반하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 일터에 나가기가 고역스럽고 점심을 일찍 때우고 취업 사이트를 뒤적이기 시작한다.
상사가 가진 진정한 강점은 과소평가하고, 그의 실수에는 과민반응하고, 그의 권위에 저항하는 것은 괴로운 직장생활의 보증수표다. 물론 상사가 정말 못나서 잘난 당신의 능력 발휘를 떡하니 가로막고 있다면 그 밑에서는 일할 가치가 없다. 하지만 즐겁고 평화로운 직장생활을 가로막고 서 있는 것은 종종 이렇게 우리 자신이다. ‘헛똑똑이’라는 말은 그래서 생겼다.
이튀쒸 1기 어리버리 윤홍석에겐 상당히 거북한 기사네?
이런 류의 글....해결책은 되지 않겠지만...
속시원히 긁어주는 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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