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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 정보

[펌] 키워드 세 개로 본 김택용

출처 : http://yhhan.tistory.com/entry/팬북원고-키워드-세-개로-살핀-김택용


키워드 3개로 살펴본 김택용

스타리그의 오랜 팬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연상이나 또래였다가 어느새 연하가 되어 있었을 때의 생경한 느낌을 체험한다. 내게는 김택용이 그런 느낌을 알려준 선수이다. 자신과 동갑내기인 박정석 선수를 좋아하던 이 오래된 플토빠는 어느새 자신보다 훌쩍 어린 소년의 팬이 된다.

2007년 3월 3일에 김택용의 팬이 되었다는 것은 아무런 특이사항이 없는 이야기다. 적어도 몇몇 네임드 입스타들처럼 2006년 어느 시점에 김택용을 ‘될 성 부른 떡잎’으로 인지했어야 자신의 식견을 자랑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경기에 대해 그런 수준의 식견도 없고, 팬이 된다는 것은 식견과는 또 다른 얘기이기 때문에 여전히 이 글을 쓴다. 왜냐하면 나는 글쟁이이며, 한국 사회에서 글쟁이는 돈도 명예도 따르지 않는 슬픈 정체성이라,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글을 쓰게 될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 이상의 기쁨이 없기 때문이다.

키워드 1 프징징

김택용이 사랑받는 이유를 설명하려고 한다면 플토빠들이 오랫동안 공유했던 ‘프징징’(프로토스가 암울하다고 징징대는 사람들)이라는 요소를 빼놓을 수 없다. 오랜 기간 동안 프로토스는 ‘객관적으로’ 암울한 종족이었고, 프징징 그리고 가끔은 플토빠들까지 그 사실을 타종족빠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를 썼다. 플토 > 테란 > 저그 > 플토의 기본적인 종족 밸런스에서 테란이 플토에 맞먹기 시작하고 저그와의 격차가 개선이 될 여지가 보이지 않았으니 프로토스는 여기서도 치이고 저기서도 치일 수밖에 없었던 거다.

김택용이 새로운 시대를 개막하기 전에 오랫동안 프로토스를 지칭했던 두 거두, 강민과 박정석을 살펴보면 그들의 인기에 ‘프징징’이란 화두가 어떻게 작용했는지가 보인다. 박정석은 그야말로 프징징들의 우상이었다. 박정석은 마치 일반적인 프로토스 유저가 베틀넷에서 타종족을 상대하듯이 플레이하며, 끊임없이 전투를 거는 방식의 운영으로 시청자를 몰입시켰다. 박정석의 팬들은 박정석의 드라마틱한 승리, 혹은 아쉬운 패배에 프징징의 감성으로 온전히 빠져들었다. 반면 전략으로 상대방의 빈틈을 찾으려 했던 강민의 처절한 운영은 ‘프징징’론을 잠시 잊게 만들면서 팬들을 도취시켰다. 강민은 승률은 압도적이지 않더라도, 이길 때는 압도적인 기세로 이겼다. 말하자면 박정석의 경기는 프징징을 명료하게 드러냈고, 강민의 경기는 프징징을 망각하고픈 이들에게 위안을 주었다. 이 기억과 망각의 반복 속에서 플토빠들은 그들을 존경했다.

그러나 3.3 혁명이 플토빠들에게 던져 준 충격은 더 이상 프징징이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그런 예감이었다. 당대 최고 저그, 그것도 플토전 극강의 저그에게 결승전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프로토스라는 건 그 전까지 플토빠들의 상상 속에서도 없던 일이었다. 그는 프로토스가 저그를 이겨낼 수 있는 전혀 다른 방식의 패러다임을 들고 나왔다. 저그들은 그 후 ‘비수류’를 따라잡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고, 결국 따라잡았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다면 김택용도 강민과 비슷한 평가를 받게 되었으리라. 김택용이 프징징의 역사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단 한 사람인 이유는 그 후엔 저플전이 프로게이머들의 빌드 싸움에 따라 양상이 크게 변동하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제 저플전도 테플전이나 테저전처럼 당대의 빌드 흐름의 조응에 따라 승률이 좌우되는 새로운 시대가 되었다.   

키워드 2 본좌론

그리고 2007년 한 해 동안 플토빠들은 김택용을 ‘본좌’로 밀려고 노력했다. 저그 본좌 마재윤을 경험한 이후 플토빠들에겐, 플토 본좌를 한 명 가져보는 것이 소원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2007년의 김택용이 ‘본좌 포스’를 뿜고 있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팬들이 ‘김택용 2.0’이라고 명명했던 잠깐의 부진을 딛고 올라온 2009년의 김택용이 더 포스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그 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쩌면 바람 때문이었을 거다.

MSL 3회연속 결승에 진출한 김택용이 본좌가 되기를 바라던 시대나, 그 이후 잠깐 전개된 택뱅시대 역시, ‘본좌론’과 연관이 있다. 사실 처음 택뱅시대가 운위되었을 때 송병구는 개인리그 우승 1번 못 해본 처지라 커리어의 측면에서 김택용과 비교될 수준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뱅시대라는 조어는 의미가 있다. 택뱅은 ‘본좌’를 가지지 못했던 플토빠들에게 주어진 ‘본좌 대용품’이었기 때문이다. 저그에겐 지지 않는 김택용, 테란에겐 지지 않는 송병구가 플토빠를 양분시킨 것이 택뱅시대의 핵심이었다. “김택용의 저그전과 송병구의 테란전을 합친다면 어떨까? 그러면 그야말로 ‘플토 본좌’가 탄생할 텐데.”라는 즐거운(?) 질문이 플토빠들을 설레게 하던 시절이었다.

저그들이 김택용의 트랜드를 따라잡고 송병구가 결승전에서 테란 이영호에게 패배하면서 일단 1차 택뱅시대는 종결되었다. 그후엔 리쌍 시대가 열렸고, 그 다음에는 2차 택뱅시대, 혹은 육룡시대라고 불리는 프로토스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가 펼쳐졌으며 그 다음에는 택뱅리쌍 시대를 거쳐 택동시대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 각각의 시대에 대해 다 설명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변동은 잦았지만 그래도 상위권 게이머들이 너무 일찍 후배에게 밀려나지 않고 꾸준히 버티는 모습은 뿌듯하다. 발전의 끝을 모르는 스타리그의 가속도는 나같은 일반인을 현기증나게 한다. 하지만 그 지독한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고 있는 게이머들은 존재하는 거다.

그리고 이 세월을 거치면서 본좌론이란 것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늘어났다. 본좌론만이 스타판의 재미는 아니며, 사실 스타리그가 언제나 본좌들의 것도 아니었는데, 마재윤 이후 너무 본좌론에만 치중하여 프로게이머의 팬들끼리 지나치게 이전투구한 면이 있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런 얘기에 대해 나 역시 동의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김택용이 본좌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물론 김택용이 본좌가 된다면 더 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긴 하겠다. 그러나 나는 지금의 스타리그판에서 본좌가 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고 있고, 김택용이 그와 같은 목표를 설정해서 노력하는 것은 과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김택용은 이제 스타리그 역사에서 그 이름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반열에 올랐다. 김택용의 커리어는 MSL 3회우승이라는 것이 아니다. 김택용의 커리어는 그가 김택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가 앞으로도 김택용이기를 바란다.  
 

키워드 3 아스트랄

김택용을 김택용이게 하는 코드 중에, 김택용 본인이 별로 즐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아스트랄’이란 게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물론 승률이 매우 높아진 ‘김택용 2.0’의 시대에 아스트랄이란 수사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기는 해도 김택용이 기본적으로 강자들에게 강하고 약자들에게 약한 구석이 있다는 건 분명하다. 플토전을 잘 하는 저그들에겐 곧 잘 이기면서 플토전이 고만고만한 저그들에겐 상대전적으로 밀린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무엇보다 곰TV 8강전 대 이영호 전에서 보여준 제 셔틀을 아비터로 얼린 후에도 끝끝내 승리하는 ‘아스트랄’은 다른 게이머에게서 쉽게 볼 수 없는 그의 스타성이다.

김택용의 아스트랄은 그가 프징징이라는 단어와 결별할 수 있게 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김택용은 이미 공식전 전적이 300전을 넘었고 60%가 넘는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준수하다. 하지만 팬들은 그가 절대지지 않을 때 즈음에는 뜬금없이 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기대(?)한다. 이러한 그의 캐릭터는 ‘프징징’론에 대해 다음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 김택용이 번번히 누군가에게 발목을 잡혀도, 사람들은 그게 플토가 암울해서 그렇다고는 말하지 않고 김택용이 아스트랄해서라고 생각한다. MSL 8강전에서의 변형태 전의 아쉬운 컨트롤과 WCG 한국대표 선발전에서 이영호를 상대로 보여준 역대 최고의 드라군으로 마인 제거하는 컨트롤을 보라. 김택용은 질 때라도 언제나 더 잘할 수도 있었는데 오늘은 그걸 못 보여줘서 졌다는 느낌을 준다. 본인의 입장에서는 뼈아프겠지만 지나고 보면 홍진호에게 2년만의 승리를 안겨 주는 전개도 몹시 ‘그답다’.

김택용도 언제까지나 정상급의 선수는 아닐 것이다. 그보다도 스타2 발매를 앞둔 지금 스타리그의 장래가 어떻게 될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나는 스타리그 10년 동안 자신의 재능을 가장 많이 보여준 게이머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 분명한 그가 오래도록,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후배들과의 싸움에 부치면서도 자신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그런 게이머가 되었으면 좋겠다. 임요환, 홍진호, 박정석 등이 지금 그렇듯 오랜 팬들에게 자신이 김택용이라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는 게이머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기대는 실현이 될까. 세상 일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지금 이 순간 김택용이 존재하고, 그를 사랑하는 여러 팬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일은 모두 이 일로부터 따라나올 것이다.






스타불패가 자연스럽게 해체하고 나니 스타에 대한 열정은 당연히 사그러 들었지만..그래도 스타를 꾸준히 챙겨보는 이유.

'김택용'
여전히 너의 플레이는 나를 설레게 한다 이눔아!!
오늘경기 생방송으로 봐주겠어!!